2005년 겨울 언젠가.... 채민이가 태어나기 전....
태어날 아이의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와 캠코더를 준비하고...
메뉴얼을 정독하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사진 찍는 법을 배웠고...
채민이가 태어난 후.. 매일 매일 셔터를 눌러가며 아이의 모습을 날짜 별로 저장해 두었고...
더 예쁜 모습을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더 좋은 카메라를 사게 되었고..
채민이의 일상과... 채민이가 즐거워 하는 표정 하나 하나를 카메라에 담으며 보람을 찾았다.
지난 6년 간의 사진을 하나 하나 보면서...
더 예쁘게 찍어 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하고...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머리속에서 꺼내보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다가..
문득 느낀 것이..
아빠의 모습은 사진에 없다.
있어도 수백장의 사진 중에 한, 두장 뿐...
아빠가 사진을 찍었으니 그렇겠지..... 그런데 다시 문득 든 생각....
사진을 찍는 아빠는 항상 ....
채민이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위치에 서 있었고.. 그나마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고 싶다 하여..
망원렌즈를 구입하여 수십 걸음 떨어진 위치에.. 관찰자 처럼 맴돌았겠구나...
언제 망가져 버릴지 모르는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채민이의 사진이 남고,
언젠가는 늙어서 사라져 버릴 내 추억속에는 채민이를 지켜보며 즐거워 했던 나의 기억이 남겠지만..
채민이의 추억 속에는 무엇이 남을까...
무거운 카메라를 내려 놓고...
채민이가.. 채민이의 추억 속에 아빠와의 즐거웠던 시간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주자.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 보다는...
추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아빠의 모습을 남겨주고 싶다.